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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진/2014

비둘기와의 세번째 인연: 다친 상처와 그 씁쓸함



얼마전에 도로 옆 인도를 걷다가 다친 비둘기를 찾았다.

도로 바로 옆 화단 나무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저 멀리에서부터 보였다.


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비둘기를 조심스레 앉고서 집으로 향했다.

가슴 부분의 상처가 꽤나 깊었다.

아마도 고양이에게 물린 상처 같았다.

피가 나고, 그 피가 하얀 속깃털에 엉켰다.


다친 비둘기를 이렇게 발견해서 집으로 데려온게 벌써 세번째다.

그 전에 발견했던 두 마리는 부상이 너무 심해, 동물병원 원장님의 많은 도움에도 결국 죽고 말았다.


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걱정했는데, 다행이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.

밥과 물도 엄청 많이 먹고, 호기심이 많아 내 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다.


상처가 완전히 아물면 이제 자연으로 돌려보내도 될 것 같다.


그런데 이번에 이녀석을 치료해주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면서 참 씁쓸할 수 밖에 없었다.

비둘기가 유해조수이기에 치료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참 많이도 들었기 때문이다.


유해조수라니.......


그렇게 나라에서 지정한 사유에 어느정도 공감하는 면도 있으나,

유해조수라는 말 자체에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녹아있는것이 아닌가?

과연 생명의 무게를 잴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일까?

감히 누구를 해를 주는 존재라 정의하는게 올바른 것인가 싶다.



그런 이유로 치료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.

어쨌든 여러 도움으로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어서 다행이다.


곧 자연으로 돌아가 힘차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네 :)


귀여운 녀석 :)



Flickr: https://www.flickr.com/photos/daeyeon/14138492074/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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