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1. 6. 7 양재천
양재천, 물가 가까이
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곳
굳이 덤불을 헤치고 들어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
그곳에 딱 한 송이의 양귀비가 피어있었다.
나는 여러 날에 걸쳐 양귀비를 보러 갔다.
온통 녹색인데, 홀로 분홍색이라
그냥, 매료되었다.
갈 때 마다 한송이씩, 꽃이 더 피었다.
그러다가 결국 비기왔고, 양재천의 물은 불어났다.
물이 빠지고 그곳을 다시 찾아갔을 땐
그곳엔 양귀비는 없었다.
2011년 6월 7일은 내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때였고,
그 나날들을 조금이나마 힘들지 않게 해주었던 것은 사진이었고, 양귀비였다.
그 당시의 나의 결정들와 나의 행동들
그 때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,
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지, 무엇 때문에 내가 그렇게 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.
시간이 흘러
그것이 나에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.
후회했다.
내 결정들과 행동들을 후회했다.
그렇게 밖에 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고, 부끄러웠다.
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도 든다.
후회라는 것이 단지 부정적인 것이기도 하지만,
반면에 조금은 내가 성장했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라고 말이다.
그 때는 느끼지 못했던
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
그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
이제는 느껴지고, 생각할 수 있고,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.
아무튼 그 때보다 나는 성장한게 분명하다.
: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