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
사진/2014

양귀비 꽃과 후회의 기억








2011. 6. 7 양재천




양재천, 물가 가까이


 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곳


굳이 덤불을 헤치고 들어가야만 닿을 수 있는 곳


그곳에 딱 한 송이의 양귀비가 피어있었다.


나는 여러 날에 걸쳐 양귀비를 보러 갔다.


온통 녹색인데, 홀로 분홍색이라


그냥, 매료되었다.


갈 때 마다 한송이씩, 꽃이 더 피었다.


그러다가 결국 비기왔고, 양재천의 물은 불어났다.


물이 빠지고 그곳을 다시 찾아갔을 땐


그곳엔 양귀비는 없었다.




2011년 6월 7일은 내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때였고,


그 나날들을 조금이나마 힘들지 않게 해주었던 것은 사진이었고, 양귀비였다.




그 당시의 나의 결정들와 나의 행동들


그 때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, 


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지, 무엇 때문에 내가 그렇게 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.


시간이 흘러


그것이 나에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.


후회했다.


내 결정들과 행동들을 후회했다.


그렇게 밖에 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고, 부끄러웠다.




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도 든다.


후회라는 것이 단지 부정적인 것이기도 하지만,


반면에 조금은 내가 성장했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라고 말이다.


그 때는 느끼지 못했던


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


그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


이제는 느껴지고, 생각할 수 있고, 볼 수 있게 되었기 때문이 아닐까.



아무튼 그 때보다 나는 성장한게 분명하다.


:)




'사진 > 2014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뭉크  (0) 2014.10.19
꿈에서 쫓기다  (0) 2014.10.11
용기를 내자  (0) 2014.10.01
시작과 끝  (0) 2014.09.28
따뜻했던 봄날, 따뜻했던 기억  (0) 2014.09.19